대한민국 미술가 열전(87) 최제이 편

생의 큰 고비를 넘긴 화가는 긴 어둠의 터널을 빠져나온 자신을 다독이며 제주로 여행을 떠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바람에 기운 나무를 봤죠. 나무는 바람을 거스르지 않고, 바람이 부는 쪽으로 누웠습니다. 문득 영감이 떠올랐습니다. 바람을 그려보자. 바람이 흐르는 느낌을 화폭에 담아보자. 삶이 한 번 크게 요동치고 나자, 그림도 전과는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그렇게 2022년 최제이 작가의 ‘내면적 풍경’ 연작이 탄생합니다.

최제이의 그림에선 바람 소리가 들립니다. 때론 두꺼운 붓으로, 때론 얇은 붓으로, 화가는 캔버스 앞에 가만히 앉아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마음의 결을 따라 자유롭게 붓을 움직입니다. ‘바람의 회화’입니다. 

다시, 최제이의 예술을 돌아봅니다.

김석

“세계 미술시장의 중심으로”…‘키아프·프리즈’ 동시 개막

대한민국 미술가 열전(86) 황선태 편

강화유리에 굵은 녹색 선으로 그림을 그린 뒤, 그림 뒷면에 정교하게 설계한 LED 조명을 비춥니다. 2010년에 처음 선보인 이 독창적인 작품들은 '유리그림'이라 불리며 해외에서 더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굵은 선으로 단순화한 실내 공간. 시시각각 달라지는 빛의 온도. 이 두 가지 요소의 다채로운 변주. 황선태 작가가 창안한 독보적인 표현 기법입니다.

빛이 그려내는 흔적들을 가만히 따라가다 보면, 평범하기만 한 공간,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 실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다시, 황선태의 예술의 돌아봅니다.

빛으로 그려낸 세계…팍팍한 일상을 위로하다

대한민국 미술가 열전(85) 아트놈 편

힘차게 울부짖는 백마를 탄 자신만만한 표정의 남자. 어디선가 많이 본 모습입니다. 18세기 프랑스 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의 명작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입니다. 원작에 있는 영웅의 모습은 그대로지만, 배경엔 현대의 유명 고가 브랜드 상표가 가득합니다. 르네상스 미술의 거장 미켈란젤로의 조각품 '다비드' 옆에 권총이 그려져 있는가 하면, 또 다른 명작 '비너스의 탄생'에서 발 밑의 조개가 있던 자리는 앙증맞은 동물들이 차지했습니다.

현대적인 감각의 팝아트와 만난 세기의 명작들. 아트놈 작가는 우리 전통 오방색을 위주로 색을 고르고 한국화 붓으로 선을 그리는 등 한국적인 미감을 화폭에 담습니다.

다시, 아트놈의 예술을 돌아봅니다.

[주말&문화] 세기의 명작이 팝아트를 만나면?..유쾌한 그림들

대한민국 미술가 열전(84) 이인성 편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수채화 99점을 한자리에서 선보이는 전시 《수채: 물을 그리다》가 청주에서 열립니다. 익히 알려진 화가들을 포함해 미술가 34명의 작품 99점이 전시장에 걸렸는데요.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이인성의 작품입니다. 이인성은 1932년 제11회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카이유>로 특선을 차지했고, 1935년 제22회 일본수채화회전에서 <아리랑 고개>로 최고상인 일본수채화협회상을 거머쥡니다. <아리랑 고개>는 앞서 소개한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전시에 출품됐고, 이인성의 정물화 대표작 <카이유>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전시에 나왔죠. 서로 다른 전시장에서 두 작품을 볼 수 있었던 건 큰 행운입니다.     

다시, 이인성의 예술을 돌아봅니다.

습작 아닌 완전한 작품…수채화 주목한 '수채:물을 그리다'展

대한민국 미술가 열전(83) 노순택 편

해가 비치는 방향을 보며 역광으로 사진을 찍으면 사물이나 풍경이 실루엣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한국 사회가 놓인 복잡다단한 현실을 조금은 다른 각도로 포착한 노순택 작가의 사진전이 2022년 6월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렸습니다. 사진가의 전시회가 유명 미술 갤러리에서 열린 것 자체가 이례적이었습니다.

분단체제로부터 파생된 정치적 폭력과 갈등의 문제를 사진에 담아온 노순택 작가의 시선은 뻔하게 보이는 상황의 전형이 아니라 사람들이 미처 보지 못한 다른 각도, 다른 면으로 향합니다. 그렇게 무채색으로 포착한 사진 속 세계는 흑과 백의 이분법에 갇힌 우리 사회의 초상입니다.

다시, 노순택의 예술을 돌아봅니다.

역광 사진으로 포착한 한국 사회의 초상

대한민국 미술가 열전(82) 김미경 편

평생을 신문기자로 살아오다가 펜화를 배웠습니다. 서울 서촌에 자리를 잡고 날마다 그림 도구를 챙겨 옥상에 올랐습니다. 산과 기와, 지붕이 어우러진 옥상은 화가만의 근사한 화실이었죠. 그곳에 앉아 그림을 그립니다. 가느다란 펜촉에서 피어난 선들이 지붕을 하나둘 이어주고, 언제 사라질지 모를 공간들이 화폭 위에 추억으로 남습니다.

그렇게 오래 그리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김미경 작가에겐 ‘서촌 옥상화가’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풍경도 그리고, 사람도 그리고, 골목길 어딘가에 수줍게 핀 꽃도 그립니다. 2015년 7월, 서촌의 어느 옥상에서 화가와 함께했습니다.

다시, 김미경의 예술을 돌아봅니다.

긋고 또 긋고..펜화에 담은 세상은 어떤 모습?

대한민국 미술가 열전(81) 이미경 편

지금은 전국 방방곡곡 구석구석에 편의점 없는 곳이 없지만, 제가 어렸을 땐 동네마다 슈퍼마켓이 있었고 조금 외진 곳에는 어김없이 구멍가게가 있었습니다. 주인이 동네 분들이었기에 구멍가게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이 소식을 주고받고 정을 나누는 사랑방 같은 곳이었죠. 지금은 꿈도 못 꿀 외상도 가능했고요.

이미경 작가는 그런 추억의 구멍가게를 그립니다. 이미경 작가가 펜으로 그린 구멍가게 그림은 방탄소년단이 추천한 작가의 책과 더불어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이제는 지평을 넓혀 외국의 구멍가게를 그린다고 하는군요.

다시, 이미경의 예술을 돌아봅니다.

[주말&문화] "구멍가게도 젊은 시절이 있었죠"..화폭에 스민 추억

대한민국 미술가 열전(80) 강홍구 편

우리나라 디지털 사진 1세대로 불리는 강홍구 작가의 고향은 전남 신안입니다. 신안 섬에서 나고 자란 작가는 어느 날부턴가 섬 사진에 무언가를 그리기 시작했죠. 

“어렸을 때 섬에서 살면서 소를 먹이러 가거나 놀러 갔을 때 산등성이에서 바다에 있는 무인도를 바라보면서 떠올렸던 온갖 상상, 공상 이런 것들이 생각났어요. 그런 것들을 처음에 시험 삼아서 한 번 그려보기 시작했더니 제법 그럴듯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게 이제 점점 발전되고 변화되면서, 이 무인도 연작 속에, 사진 위에다 그림을 그리는 방식으로 죽 계속된 거죠.”

강홍구 작가는 그렇게 사진도, 그림도 아닌 행복한 몽상이 담긴 작품들을 선보입니다.

다시, 강홍구의 예술을 돌아봅니다.

[주말&문화] 그 섬에는 (   )가 있다…‘고향 상실’의 시대에 건네는 선물

대한민국 미술가 열전(79) 윤종석 편

재료와 기법의 특별함이 작가의 존재를 더 돋보이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윤종석은 ‘주사위 작가’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주사기에 물감을 넣어 수십만 개의 점을 일일이 찍어 그림을 완성합니다. 정직한 노동의 대가는 경이로움 그 자체입니다. 작가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딱 한 자리에서 보는 게 아니고 왔다 갔다 하면서 보이는 그림의 형태, 질감, 느낌이 다르게 다가올 때가 제가 느끼는 ‘점’에 대한 매력이고, 그래서 점 작업을 또 계속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다시, 윤종석의 예술을 돌아봅니다.

주사기로 그려낸 경이로운 세계..일상이 역사가 되다!

대한민국 미술가 열전(78) 정영주 편

추억을 불러내는 그림이 있습니다.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깃든 곳. 환하게 불을 밝힌 가로등과, 드문드문 켜진 불빛이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던 곳. 정영주 작가는 어린 시절 가족과 살았던 달동네 풍경에서 영감을 얻어 그림을 그립니다. 그림을 본 많은 이가 공감을 보내는 건 각자의 어린 시절 추억을 공유하기 때문일 겁니다.

방탄소년단의 RM이 소장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정영주 작가는 하루아침에 미술계의 대스타가 됐습니다. 그리고 이제 국내를 넘어 세계 무대로 나가고 있습니다. 달동네가 불러일으키는 정서가 세계인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다시, 정영주의 예술을 돌아봅니다.

달동네, 그 아련한 그리움..화폭에 담은 '추억'

대한민국 미술가 열전(77) 최우람 편

2022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MMCA 현대차 시리즈 2022: 최우람 ‘작은 방주’> 전은 개념미술이 대중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설 수 있는지를 보여준 훌륭한 전시였습니다. 최우람 작가의 움직이는 작품 앞에서 어르신들이 휴대전화를 들고 영상을 찍는 모습을 보고 놀랐습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다가가고 공감할 수 있는 예술이 이런 거구나 싶었죠. 최우람의 예술이 가진 힘일 겁니다.

정교한 ‘기계 생명체’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삶의 현실을 성찰해 온 최우람 작가. 삶과 죽음의 거리가 가까워진 재난의 시대에도 희망을 잃지 않는건, 졌다가도 다시 피는 꽃처럼 아픈 시간을 견디고 일어서는 생명의 힘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다시, 최우람의 예술을 돌아봅니다.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방향 잃은 현대인의 ‘방주’

대한민국 미술가 열전(76) 변웅필 편

그림 속에서 웃고 있는 얼굴. 가만히 눈을 감은 채 미소 짓는 표정. 하지만 이 사람이 누구이고, 어떤 기분인지, 화가는 답을 주지 않습니다. 감상하고 해석하는 건 전적으로 관람자의 몫이죠. 얼굴 이목구비를 최소한의 선과 면과 색으로 절제해서 표현한 이유, 독일 유학길에 올라 화가로 활동하기까지 11년을 이방인으로 보낸 경험 때문이었습니다.

변웅필 작가는 오랜 고민과 실험 끝에 아무도 아닌, 그래서 그 누구도 될 수 있는 보편적인 인간의 형상을 만들어냈습니다. 보기엔 쉬운 그림일지 몰라도 가장 좋은 재료를 찾는 일부터 캔버스를 짜고, 그림을 완성하기까지 한 땀 한 땀 모든 정성을 쏟아붓습니다. 그런 장인 정신이 대중과 소통하는 가장 정직한 길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주말&문화] 팬데믹 시대, 당신은 안녕하신가요?..내면의 자화상을 마주하다

대한민국 미술가 열전(75) 김남표 편

지독한 회화주의자. 김남표 작가를 이보다 더 잘 설명하는 표현이 있을까요. 2010년 가나아트센터 전시에서 처음 대면한 이후 꽤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나고서야 작가의 회화 세계가 달리 보였습니다. 작품보다 작업이 더 중요하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은 김남표 작가는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회화주의자로 자신의 위치를 굳건히 했습니다.

2023년 11월, 故 박영석 대장의 안나푸르나 등정에서 영감을 얻어 작업한 결과물을 선보인 개인전 <안나푸르나>는 김남표라는 화가의 진가를 보여준 귀한 자리였습니다.

다시, 김남표의 예술을 돌아봅니다.

안나푸르나에 잠든 박영석 대장…그 흔적을 그림에 담다

대한민국 미술가 열전(74) 정연두 편

2023년 9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MMCA 현대차 시리즈 2023-정연두: 백년 여행기>는 1905년 영국 상선을 타고 머나먼 멕시코 땅으로 건너간 한인 이주의 역사를 조명했습니다. 작가는 멕시코에서 태평양을 건너와 제주에 뿌리 내렸다는 백년초 설화에서 영감을 얻어 한인 이주의 역사에 다가갔죠. 정연두 작가는 이민자들의 시간과 경험, 기억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고자 세 차례 멕시코에 가 한인 이민자 후손들을 만났습니다.

시공간을 초월해 서로 무관해 보이는 존재를 연결하는 것. 정연두 예술의 핵심은 그 가능성에 다가서는 일입니다.

다시, 정연두의 예술을 돌아봅니다.

멕시코 한인 이주 118년…낯설고 먼 기억에 다가서기 [주말&문화]

대한민국 미술가 열전(73) 이이남 편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 작가. 고전 명화를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미디어 아트로 재탄생시킨 이이남은 전통적인 회화를 전혀 새로운 방식과 감각으로 이해하는 문을 연 한국 미디어아트의 선구자입니다. 2010년 인사동 선화랑 전시에서 처음 인연을 맺은 이후 지금까지 16년 동안 다양한 공간에서 다양한 주제의 전시로 이이남 작가를 만났습니다.

이이남은 끊임없이 새로운 예술을 모색해 왔습니다. 지금도 부지런히 여러 전시를 통해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고 있죠. 그런 작가의 다음 행보는 뭘까요.

다시, 이이남의 예술을 돌아봅니다.

진주 귀걸이 소녀·모나리자..명화의 색다른 '변신'

대한민국 미술가 열전(72) 윤병락 편

특정한 소재에 집중해 그 소재가 어떤 화가의 수식어로 불리는 경우가 많죠. 윤병락 하면 ‘사과’입니다. 다 똑같은 사각형 캔버스의 틀을 깰 수 없을까 고민하던 시절, 이런저런 시도를 하다가 우연히 눈에 띈 소재가 바로 ‘사과’였습니다. 길 가다가 과일 트럭에서 찍어온 사진으로 변형 캔버스 사과 상자 작품을 처음 시도했다죠. 사과 그림의 시작이었습니다.

2022년 봄, 호리아트센터에서 열린 <윤병락: 아카이브展>는 사과 그림이 어떻게 탄생했고, 그동안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작가가 왜 지금도 사과를 그리는지 확인할 수 있었던 자리였습니다.

다시, 윤병락의 예술을 돌아봅니다.

[주말&문화] 사각 캔버스의 틀을 깨다..윤병락의 '사과'

대한민국 미술가 열전(71) 조풍류 편

조풍류 작가의 개인전 《풍류, 서울을 보다》가 2025년 4월 9일(수)부터 4월 21일(월)까지 인사아트센터에서 개최됩니다. 이번 전시는 푸른색을 주조로 한 서울 산수 작업에 본격적으로 매진한 이후 현재까지 10여 년 동안 서울을 주제로 독보적인 채색 산수의 세계를 탐구해 온 조풍류 작가의 예술적 여정이 총체적으로 응결된 회심의 역작들을 선보이는 자리입니다.

특히 가로 길이만 무려 5~6미터에 이르는 서울 전경과 종묘 작업은 한국 현대 미술에서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압도적인 스케일로 조풍류 예술의 진수를 보여줄 예정입니다.

다시, 조풍류의 예술을 돌아봅니다.

5m '푸른 종묘' 조풍류, 10년 역작…'풍류, 서울을 보다'

대한민국 미술가 열전(70) 이재삼 편

미술 대학을 나와 30대 중반에 이르러 작가는 고민했습니다. 남들과는 다른 무언가를 해야 했죠. 우연히 목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몇 년 동안 목탄으로 그림을 그려봤습니다. 가능성이 보였죠. 목탄을 내 재료로 만들자. 불혹을 앞둔 작가는 결심했습니다. 남들이 하지 않는 목탄화를 그리자. 그렇게 이재삼은 목탄화가가 됐습니다.

숲에서 거둔 나무를 태워 목탄을 만들고, 광목천으로 캔버스를 직접 짰습니다. 송진과 아교로 화면을 고정하고, 자외선 차단 코팅으로 내구성을 확보했습니다. 20여 년 동안 수없는 시행착오를 통해 자기만의 방법을 터득합니다.

다시, 이재삼의 예술을 돌아봅니다.

"떳떳하다"…'목탄화 끝판왕' 이재삼 자부심[박현주 아트클럽]

대한민국 미술가 열전(69) 이세현 편

‘붉은 산수’라 불리는 독창적 그림으로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는 이세현 작가.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하지만, 비현실적인, 낯설고 신비로운 풍경. 온통 붉은 빛으로 뒤덮인 화폭은 군대 시절 야간투시경으로 본 풍경이 주는 아름다움과 두려움, 슬픔이 엇갈리는 감정을 표현한 겁니다. 

2022년 가을에 화가를 처음 만나 인터뷰했죠. 마침 당시 영국 런던아시아영화제 공식 포스터를 이세현의 작품이 장식했습니다. 이세현 작가는 최근 사비나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열기도 했습니다.

다시, 이세현의 예술을 돌아봅니다.

런던아시아영화제 포스터 '눈길'..세계가 주목한 '붉은 산수'

대한민국 미술가 열전(68) 신태수 편

백령도 두무진에서 북의 장산곶까지 거리는 불과 12km. 푸른 바다를 사이에 두고 갈라진 남녘과 북녘땅을 나란히 화폭에 그려내는 화가가 있습니다. 그가 그린 백령도 풍경화는 분쟁이 아닌 평화의 상징으로 2018년 1차 남북정상회담 만찬장에 걸렸습니다.

신태수 화백은 이 땅의 아름다운 산천과 바다에 묵묵히 ‘평화’를 새겨왔습니다. 2019년 인터뷰에서 화가는 이렇게 말했죠. “바로 내 이웃에 있는 사람들이 제 작품을 보고 그런 평화로운 마음이 생기면 또 다른 이웃에게 그런 마음이 전파되지 않을까요.”

다시, 신태수의 예술을 돌아봅니다.

[주말&문화] 두무진에서 장산곶까지..풍경화에 새긴 '평화의 염원'

대한민국 미술가 열전(67) 김지원 편

작렬하는 한여름 햇살 속에서 타오르는 불길처럼 피어나는 꽃 ‘맨드라미’. 1990년대 말 강원도의 어느 시골 분교에서 우연히 마주친 그 맨드라미가 어느덧 20년을 훌쩍 넘은 ‘맨드라미 그림’의 출발점이었습니다. 더없이 강렬한 색감, 거칠 것 없는 붓질, 바짝 다가가면 형태가 없는 추상화처럼 보이지만, 그림에서 멀어지면 비로소 구체적인 형상이 드러납니다. 2022년 PKM갤러리 전시에서 만난 작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게 흥미로운 것 같아요. 가까이서 보면 거의 형태가 없어지는 것, 그리고 이제 그림하고 거리를 띄우면 서서히 형태들이 나타나는 것. 그런 것들이 굉장히 전시하면서 또다시 느끼는 그런 겁니다.”

다시, 김지원의 예술을 돌아봅니다.

'맨드라미 그림'에 담은 세계..회화의 향연 속으로

대한민국 미술가 열전(66) 신성희 편

1969년 약관의 나이에 <제18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특선을 거머쥐며 화려하게 미술계에 데뷔한 신성희를 일약 유명하게 만든 것은 1971년 <제2회 한국미술대상전>이었습니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의 대표작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1970)가 대상을 받은 바로 그 공모전이죠. 신성희는 이 공모전에서 <공심(空心) 3부작>으로 특별상을 받으며 큰 주목을 받습니다.

그동안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은 이 작품이 갤러리현대가 마련한 신성희의 열 번째 개인전 《꾸띠아주, 누아주》에서 선보였습니다. 신성희의 작품은 캔버스를 넘어 다시 캔버스로 돌아온 회화입니다. 캔버스 자체에 전혀 얽매이지 않는 확장성을 지니죠.

다시, 신성희의 예술을 돌아봅니다.

꼬고 엮은 '회화의 혁명'…신성희 '꾸띠아주, 누아주'

대한민국 미술가 열전(65) 김덕용 편

조개껍데기로 만든 자개를 잘라 한 땀 한 땀 이어 붙이고, 나무가 그 쓰임을 다해 불에 태워지면 남는 재와 숯에 새 숨결을 불어 넣었습니다. 오래된 나뭇결 위에 자신만의 고유한 화법으로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담아온 김덕용 작가. ‘생명의 순환’이라는 인류 보편적 정서 덕분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그동안 여러 전시에서 김덕용 작가의 작품 세계를 볼 수 있었습니다. 참 부지런한 작가입니다. 부단한 고민과 실험을 통해 늘 새로운 작품 세계로 나아가는 김덕용 작가의 다음 행보를 기대합니다.

타고 남은 재가 그림이 되다…다시 피어나는 ‘생명의 빛’

대한민국 미술가 열전(64) 이남호 편

호남지방을 중심으로 중앙 화단과 거리를 둔 채 활동한 금추 이남호(李南浩, 1908~2001)는 대중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국화단에서 꽤 비중 있는 화가였습니다. 일찍이 화단의 큰 흐름을 좇지도 않았고, 화가로 성공하겠다는 욕심도 없었기에 이남호 화백은 그 어떤 사조나 유행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었죠.

다양한 화목을 아우른 그림은 물론 글씨에도 일가견이 있었던 이남호 화백의 장기는 단연 역사인물화였습니다. 특히 한국 근현대 미술사에서 충무공 이순신의 생애에 업적을 가장 진지하게, 가장 많이 그린 화가가 바로 이남호였습니다.

다시, 이남호의 예술을 돌아봅니다.

병풍 그림에 담은 이순신의 ‘결정적 장면’

대한민국 미술가 열전(63) 하인두 편

작고 35주기를 맞아 하인두의 예술 세계를 재조명하는 전시 <혼불, 빛의 회오리>가 2024년 12월 10일(화)부터 19일(목)까지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렸습니다. 출품작 40여 점이 대부분 그동안 대중에게 선보인 적 없는 미공개작이라 하인두의 예술 세계를 더 가깝게 들여다볼 좋은 기회였죠. 

한국적 앵포르멜과 추상 표현주의 화풍을 개척한 하인두는 1980년대에 피안(彼岸), 밀문(密門), 묘환(妙環), 만다라(曼茶羅), 역동의 빛, 생의 환희, 태양의 상 등 다양한 연작을 쏟아내며  지평을 확장했습니다.  끊임없는 실험과 모색을 거쳐 하인두 예술을 정점으로 올려놓았다고 평가되는 연작이 바로 ‘혼불-빛의 회오리’입니다.     

다시, 하인두의 예술을 돌아봅니다.

류민자 화백 "하인두 작품 꼭 국립현대미술관서 전시하고파"

대한민국 미술가 열전(62) 김기창 편

두 말이 필요 없는 ‘근대 한국화의 대가’ 운보 김기창(雲甫 金基昶, 1913~2001)의 작품 세계 전체를 조망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에서 열리는 「운보 김기창展」입니다. 얼마나 반가운지 모릅니다. 오래오래 마음껏 보라고 전시 기간도 무려 1년이 넘습니다. 출품작은 모두 106점입니다. 운보 작품 99점, 운보의 부인 우향 박래현 작품 6점, 부부합작도 1점입니다. 이만한 기회가 흔치 않습니다.

다시, 김기창의 예술을 돌아봅니다.

밤새부엉이~등나무와 참새까지 106점 공개…'운보 김기창'展

대한민국 미술가 열전(61) 박광진 편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회고전 성격의 개인전 <박광진: 자연의 속삭임>은 한국 구상회화의 전개에서 일정한 역할을 한 화가 박광진의 예술 세계를 총체적으로 돌아보는 자리였습니다. 확실히 최근작보다는 과거 작품에 훨씬 더 끌리더군요. 박광진은 홍익대학교에 다니면서 비원파의 대표 화가 손응성에게 그림을 배웠습니다. 앞서 서울사범학교에 다닐 땐 이봉상, 권옥연, 류경채 등으로부터 배우기도 했고요.

특히 서울 창신동에서 이웃으로 살던 박수근과 함께 사생을 다녔다는 일화가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박수근은 박광진보다 스물한 살이나 위였거든요.

다시, 박광진의 예술을 돌아봅니다.

실경에 심상을 녹이다... "한국적 풍경화란 이런 것"

대한민국 미술가 열전(60) 원석연 편

연필화에 목숨을 건 화가. 지독한 연필주의자. 연필그림만 60년을 그린 원석연은 오로지 연필로만 그림을 그린, 한국 미술사에서 아주 특별한 존재입니다. 생의 대부분을 전업 화가로 살면서 개인전이 아닌 그룹전과 단체전에 일절 출품하지 않았죠.

원석연이란 이름은 잘 몰라도 ‘개미 화가’ 하면 무릎을 탁 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원석연이란 이름을 유명하게 만든 것이 바로 개미 그림이었거든요. 원석연의 개미그림은 단순한 드로잉이나 스케치 수준이 아닙니다. 화면의 크기에 놀라고, 미친 디테일에 또 한 번 놀라게 되죠.

언젠가 원석연의 전시회가 꼭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원석연, 연필 하나에 담은 우리네 삶과 시대정신

대한민국 미술가 열전(59) 김인순 편

한평생 여성의 삶과 현실을 그린 화가 김인순. 1985년 윤석남, 김진숙과 시월모임을 결성해 두 차례 《시월모임》 전을 엽니다. 시월모임은 남성 작가 중심의 민중미술 판에서 여성이 여성임을 의식한 첫 여성 그룹이었고, 1986년 시월모임의 두 번째 전시 《시월모임 - 반에서 하나로》는 한국 최초의 페미니즘 전시로 기록됩니다. 김인순이 1세대 여성주의 미술가로 평가되는 이유입니다.

2020년 김인순은 자기 작품 96점, 공동 제작한 걸개그림 10점 등 106점을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했고, 그중 20점을 아카이브와 함께 선보이는 전시 <일어서는 삶>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렸습니다.

다시, 김인순의 예술을 돌아봅니다.

덕수궁 돌담길 옆 서울시립미술관 본관에서

대한민국 미술가 열전(58) 오지호 편

오지호 탄생 120주년을 맞아 전남도립미술관이 국립현대미술관과 함께 연 전시 <오지호와 인상주의: 빛의 약동에서 색채로>는 오지호의 전 생애를 아우르는 회화 100여 점을 비롯해 아카이브와 유품 등을 선보인 귀한 자리였습니다.

오지호는 일본 도쿄미술학교(오늘날의 도쿄예술대학교)에서 당시 일본을 대표하는 인상주의 화가인 오카다 사부로스케와 후지시마 다케지 등으로부터 그림을 배우며 인상주의 미술의 수혜를 입었습니다. 하지만 오지호는 배운 대로만 그리지 않고, 처음부터 인상주의와는 다른 자기만의 예술로 나아갔습니다. 오지호가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이 평가돼야 할 이유입니다.

다시, 오지호의 예술을 돌아봅니다.

김석 기자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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