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를 치우시는 여사님께서 쓰레기통에 앉아 쉬시는 걸 보고 기자가 됐습니다. 

30살에 10억 모으는 방법. 내 돈 없이 건물 사는 법. 가장 많이 하락한 20평대 아파트. 산사태에 휩쓸려간 강아지. 타이거 우즈 닮은 꼴 몰카.  어깨 커지는 운동 법.

인스타그램, 유튜브 알고리즘이 제게 띄워주는 영상들을 새삼 쭉 적어봤어요. 무려 10분에 126개씩 보고 있더라고요. 무의식적으로요.  시간은 훌쩍 가는데, 다 보면 기억나지도 않고요.

그게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 '정신 건강'에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사람들의 외로움, 통제력 부족 같은 취약한 부분을 노린다고요. 17개국에서 10~19세 여성 우울증, 자살이 SNS 인스타그램 출시 이후 늘었다고 합니다. 

알고리즘은 주어진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더라고요. 제 '의지'로, 좋은 방향으로 한 번 바꿔봤습니다. 같이 해볼까요.

남형도

유튜브 추천 뜨던 '부자 습관 7가지', 제발 그만…[남기자의 체헐리즘]

길바닥에 식물이 내팽개쳐져 있었습니다. 그곳은 재개발 지역. 사람들이 다 떠난 적막한 곳에, 식물과 나무들만 외로이 같은 자릴 지키고 있었지요. 

오래도록 뿌릴 내린 곳. 햇볕을 받고 물을 마신 곳. 때론 사람들이 눈길을 보내어주기도 했던, 동네. 

쓸모가 다했다며 버려진 식물들만 찾아다니던 사람. 공덕동 식물유치원의 백수혜 원장님.

낡은 화분에서 뿌릴 캐내어 놓고, 물을 칙칙 뿌리고, 신문지 위에 놓고 곱게 쌌지요. 식물유치원은 그리 버려진 식물들이 입학하는 곳이었어요. 

입학 준비를 마친 식물이 다시 화분이 심어졌습니다. 흙이 채워지고 물을 듬뿍 주었고요. 2021년부터 시작한 일. 그 사이 300여 개의 식물이 졸업했습니다.

버려지지 않고, 새로 사기 전 입양도 고려되기를 바라며 썼습니다.

벚꽃 활짝 핀 봄날…'잡초'를 구하러 갔다[남기자의 체헐리즘]

남성으로 40년을 살며, 지하철·버스·편의점이 무서웠던 적은 없습니다. 불편하거나 답답한 적은 있었지만요. 매일 다니는 '일상' 공간이니까요. 그게 두려우면 안 되는 거지요.
 
이번 글은 평범한 장소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썼습니다. 성별을 여성으로, 지역과 장소를 넣어, 검색해서 모았을 뿐입니다. 무탈히 다녔던 전동차 안에서, 계단에서, 길거리에서, 화장실에서, 성추행이나 살인이 벌어졌단 기사가 나왔습니다. 

주어를 '나'로 바꿔 쓴 건, 성별을 떠나 공감해보자는 취지였습니다. 남성도 여성의 몸에서 태어나고, 가족으로 연결돼 있고, 뭣보다 함께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성별 논쟁을 바라며 쓰지 않으면서도, 문제 본질은  선명하게 봤으면 싶었습니다.

깊이 들여다보고 함께 고민했으면 싶습니다.

무서운 지하철·편의점·화장실…'여성'이라 죽었다[남기자의 체헐리즘]

한여름. 횡단보도에 서니 햇빛이 따갑습니다. 손을 펼쳐서라도 가리게 되지요. 매번 건널 때마다 불편하다는 생각. 여기서 나아가려면 한 가지를 더 해야 합니다. '불편한 걸 해결하고 싶다.'

기발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결과물이 될까요. 그 과정이 궁금했습니다. 없었던 걸 만들긴 힘드니까요. 거기서 부딪히는 것들, 이겨내는 힘, 이런 이야기를 담으면 더 많은 좋은 게 나올 거라고. 아이디어가 고요히 사라지지 않고요. 

서초구가 최초인 횡단보도 그늘막도 시작은 평범했습니다. 당시 조은희 구청장이 지시했고, 담당 팀장이 구체화하기 위해 오랜 고민과 회의를 거쳤지요. 지난한 과정을 견딘 끝에 그늘막이 탄생했습니다. 덕분에 시민들이 햇빛을 피할 수 있게 됐죠.

아무쪼록 더 많은 '처음'이 나왔으면 싶은 바람입니다.

"세금은 이렇게 쓰는 것" 극찬 '그늘막'…처음 만든 사람[아·시·발]

서하는 신생아 때 학대로 죽을 뻔했습니다. 일찌감치 가족과 분리되었지요. 자신을 찾아오는 엄마에게 서아는, 날 좀 버려 달라고 청했습니다.  친모에게 버려달라고 하는 마음은 어떤 거였을까요.

학대 피해를 입거나, 여러 사정으로 부모와 살 수 없게 된 아이들. 흔히 보육원이라 생각하지만, 집과 같은 환경에서 소규모로 아이들이 함께 지내는 곳이 '그룹홈' 입니다. 다빈이도, 서아도, 그룹홈에서 친구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고요. 

입고 먹고 자고. 아이들이 자라나기 위해선 그것 말고도 필요한 게 많습니다. 심리 치료도 그렇고, 자라면서 쌓아줘야 할 추억도 그렇고요. 그걸 잘 아는 좋은 어른들은, 겨울방학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 스키 캠프를 데려갔습니다. 

신나서 놀고, 고단해 졸던 모습이 모처럼 아이였습니다.

"엄마, 나 좀 버려 주세요"…15살 서아의 '겨울방학'[남기자의 체헐리즘]

"동생, 혹여나 사기꾼이라 해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네. 정말 만에 하나 절실하게 도움이 필요한 사람일 수 있기에. 이 댓글 보면 쪽지 보내소."

사흘을 굶었단 ㄱ씨의 글에 남겨진 응원이었습니다.

ㄱ씨는 일용직 노동을 해왔습니다. 그러다 다쳐 다리와 허리가 극심하게 아팠습니다. 하루 일하면 서너 일을 쉬어야 했지요. 겨울이라 그마저도 일이 줄었습니다. 긴급 생계 지원으로 버텼으나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는 며칠을 고민한 끝에 글을 올렸습니다. 국밥 한 그릇만 먹고 싶다고, 너무 배고프고 살고 싶다고. 의심하는 이들 사이에서 온정이 모였습니다.  ㄱ씨는 따뜻한 콩나물 국밥을 먹었습니다. 가격은 8000원.

고맙다며 먹먹해하던 ㄱ씨 닉네임은 '이제 끝낼 시간'에서 '안개나무'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사흘 굶었어요, 국밥 한 그릇만"…글 올리자 벌어진 일

폭발음이  들렸고, 정신이 아찔한 순간 청년의 왼쪽 다리엔 감각이 사라졌습니다. 지뢰를 밟은 줄도 모르고 그는 북한군과 교전이 벌어졌구나 생각했습니다. 

제대를 한 달 앞뒀던 24살 젊은 병장. 최전방에서  수색하다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왼쪽 무릎 아래 다리를 잘라내었습니다. 모친이 걱정할까, 의식이 혼미한 와중에도 다리를 두라고 정신 없이 외쳤답니다. 태권도 사범이 꿈이었던 형배씨는 절망하고 무너졌습니다.  3년을 술만 마시며 방황했답니다.

마흔부터 좋아하던 태권도를 다시 했지요. 포기하는 것도 부끄러워 중심을 잃으면서도 매일 300번씩 발차기를 했습니다. 꾸준함이 절망을 밀어냈습니다. 25년이 지난 지금은 '태권도 7단' 경지에 도달했지요. 

그는 누군가의 '처음'이 되었습니다. 등대처럼요.

"내 다리 자르지마" 지뢰 밟은 24살 군인…세계 최초 '태권도 7단'

'치사율 90%.' 길바닥에서 태어난 홍삼이는 죽을 확률이 더 높았습니다.

길에서 구조돼 병원에 갔지만 '홍역'에 걸려 있었지요. 새끼 강아지가 견디기엔 너무 힘든 병. 어떻게든 건강하게 자라라고 '홍삼이'란 이름도 생겼습니다. 

주사와 약을, 홍삼이는 그 작은 몸으로 다 견뎌내었습니다. 기적처럼 살아났지요. 그런데도 '안락사'를 당할 거라고 했습니다. 가족으로 맞아줄 이가 없었거든요. 

크리스마스. 많은 이들이 설레어하는 그 날이 홍삼이가 죽을 날이었습니다. 소은씨는 맘이 아파 홍삼이를 입양하기로 했습니다. 임신 중이라 반대가 많았지만, 살리고 싶었다고요.

홍삼이는 태어난 아기와도 무척 잘 지냅니다. 너무 순둥이랍니다. 안락사 하루 전 구해준 이가, 홍삼이에게 말했어요.  "너무너무 사랑해."

90% 치사율 이겨냈지만 안락사 확정…버려진 홍삼이 '크리스마스의 기적'

"소방서가 많이 낡았네요. 무료로 페인트칠 해드리고 싶습니다."

얼굴에 털이 가득한 '털보' 남성이 인천 남동소방서에 들어와 그리 말했습니다. 30년 된 소방서 훈련탑. 페인트칠은 이미 다 벗겨지고, 낡을대로 낡아 유해 물질이 나올 우려도 있었지요. 

공짜 페인트칠을 제안한 사람은 '털보페인트' 박건욱 팀장(31). 그는 이태원 참사 때 힘들어하는 인근 가게 사장님들을 보며, 보탬이 되려 이 일을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간판이라도 예쁘게 칠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고요.  햄버거집 현관문 하나만 칠해도 포토 스팟이 됐답니다.

7~8층 높이 훈련탑을 일주일 간 땀 흘리며 다 칠했습니다. 1500만원 넘게 비용이 들었답니다. 옥상 침투 등 훈련을 하는 소방대원들도 참 좋다고, 깨끗히 쓰겠다고 했답니다.

30년돼 낡은 소방서…'공짜'로 페인트칠 해준 사람[인류애 충전소]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한국. 제목이 자극적이지요. 그러나 '바깥에서 바라본 우리 모습'은 어떨까, 한 번쯤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 글로 담아봤습니다. 

'마크 맨슨'이란 미국 베스트셀러 작가가, 한국을 여행하며 만든 영상입니다. <신경 끄기의 기술> 책으로 유명하지요. 한국의 마음 건강 위기를 살펴보겠다며 온 건데요.

가파른 경제 성장과 적자 생존. 100점이 아니면 실패란 느낌을 주는 교육. 강렬한 사회적 압박과 경쟁. 잘하면 성공할 수 있단 믿음의 배신. 더 많이 희생하는 게 미덕인 유교 문화.

이렇게 5가지를 꼽았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인들 특유의 '회복력'을 들며, 길을 찾을 거라 덕담을 했지요.

모두 공감하진 않더라도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OECD 국가 자살률 1위, 이건 팩트이니까요.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한국"…美작가가 꼽은 5가지 원인

길고양이들이 겨울에 왜 죽을까요. 먹을 게 없어서, 체온이 낮아져서. 그럴 수도 있겠으나, 많은 경우엔 '물' 때문에 숨진다고 합니다. 먹을 건 어렵게 찾더라도, 물은 얼어붙기에 방법이 없단 거지요. 

고양이들이 음식물 쓰레기 등을 먹으면 짜서 체내 염분이 높아지지요. 이때 수분까지 부족하면 신장이 망가집니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백사마을'. 물그릇은 역시 꽝꽝 얼어 있었고, 작고 동그란 구멍이 숭숭 나 있었습니다. 얼음이나마 어떻게든 먹으려, 차가운 표면을 혓바닥으로 무수히 핥은 겁니다.

이들을 위해 '얼지 않는 물그릇'을 개발한 이들이 있습니다. 그게 왜 안 될까, 그런 단순한 용기로 시작된 실험. 덕분에 고양이들은 영하 날씨에서도 찰랑거리는 물을 마시겠지요. 죽지 않고 봄을 맞게 될 테고요.

영하 13도, 길냥이 죽음 막을…'얼지 않는 물그릇'[남기자의 체헐리즘]

민간 쉼터 40곳, 버려진 개와 고양이 4000마리에게 '사료'를 보내고 싶다던 사람.

황동열 팅커벨프로젝트 대표는 1년 동안 정말 그걸 해냈습니다. 쉼터 한 곳 당 약 1톤의 사료를 보냈습니다. 그곳에 있던, 대부분 재정이 열악해 사룟값을 걱정하던 소장님은 숨통이 트였습니다. 최소 한 달에서 길게는 세 달까지 밥 걱정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회원들 후원금으로 팅커벨프로젝트의 규모를 키우는 데 쓸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하라고 하지 않은 일을 벌였지요. 2013년부터 많은 유기동물들을 살려오던 지역 쉼터 소장님들을 도왔습니다. 이젠 아예 발 벗고 나서서 정기적으로 사료를 보내고 있습니다. 

"제겐 소장님들이 유기견, 유기묘 같아요. "

더 많은 쉼터가 도움 받길 바라는 진심으로 썼습니다.

'3억원어치' 사료 보내…버려진 개 4000마리 먹였다

크리스마스가 '안락사' 당하는 날이었습니다. 믿기 어렵지만 유기견 홍삼이의 정해진 삶이 그랬습니다. 길바닥에서 태어났고, 엄마는 유기견이었고, 가족으로 맞아줄 이는 아무도 없었지요. 

홍삼이는 그리 사라질 운명이었습니다. 누구의 관심도 없었다면요. 

하루 전날인 크리스마스 이브에, 소은씨는 홍삼이의 안락사 공고를 읽었습니다. 맘이 아팠답니다. 치사율 90%가 넘는 홍역을 이겨낸 작은 꼬물이가, 주사 한 번에 떠나는 걸 볼 수 없었지요. 홍삼이를 가족으로 맞아주기로 맘 먹었습니다. 

기적처럼 홍삼이는 가족이 생겼지요. 그 기적은, 오로지 홍삼이를 바라봐준 따뜻한 가족이 있었기 때문에 일어난 거지요. 

보호소엔 유기동물들이 많습니다. 공고 기한은 10일입니다.

아마, 오늘도 한 생명이 사라졌을 겁니다.

바깥은 영하 날씨, 그러나 실내 한쪽 벽엔 패딩이 무더기로 쌓여 있습니다. 

코엑스 한 전시회장의 광경이었지요. "아우, 여기 너무 더워." 관람객들의 호소가 이어졌습니다. 바깥은 겨울, 실내는 흡사 여름을 방불케 했습니다. 

제보 받은 사진을 보며 많은 감정이 교차했습니다. 북유럽은 영하 43도라고 합니다. 한국은 기이할 정도로 따뜻한 겨울이 이어지고 있지요. 지구는 이미 임계치를 넘어선 느낌입니다. 이래도 괜찮은 걸까요.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실내를 다녔고, 기온을 재었습니다. 어떤 곳은 무려 28도에 육박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까지 해야할까요.

겨울 실내 적정 온도는 18~20도입니다. 실내가 따뜻할 때 기억해야 할 게 있습니다.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이 곳도, 따뜻해지고 있단 걸요.

'실내 온도 28도'…무더기로 쌓인 패딩들[남기자의 체헐리즘]

여기 버려진 강아지들이 있어. 엄마 품이 필요한 나이인데.

하얗고 털이 복슬거리던 세 강아지. 모두 새끼였고 곁엔 그밖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잡혀서 유기견 보호소 철창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10일이 주어졌습니다. 주인이 찾아가라며 공고하는 기한. 그러나 버려진 강아지들에겐 죽을 날이나 다름 없었지요. 

작은 꼬물이들이 죽는 걸 차마 볼 수 없던 선한 이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임시로라도 보호하겠다며 데려왔지요. 셋 중 솔잎이는 첫 번째 누나를 만났습니다. 돌봐주다 해외로 가서, 두 번째 누나를 또 만났지요. 누나는 매일 솔잎이의 가장 예쁜 사진을 올려줬어요. 가족을 찾길 바라며.

이듬해 봄, 솔잎이는 기적처럼 가족이 생겼습니다. 말썽쟁이에서 착한 강아지로 거듭났지요.  둘도 없는 소중한 가족입니다.

엄마 없이 길바닥 헤매던 '하얀 꼬물이', 안락사 직전에…

"개들 다 갖고 가. 안 갖고 가면 내가 다 죽일 거야."

제주 불법 개 농장 주인과 마주했던 지난해 여름. 키우던 개는 500마리. 살기 위해 하는 거다, 스트레스 엄청 받는다며 으름장을 놓던 주인 부부. 한여름 뜨거운 뜬장 안엔 개들이 가득 갇혀 있었고, 옆에선 음식물 쓰레기가 끓고 있었습니다. 개들에게 줄 밥 말이지요. 

불법으로 점철됐으나 벌금 내며 버티던 개 농장. 그러나 제주시 공무원들은 '동물보호법' 위반 여부는 애매하다 했지요. 망치로 때려 죽이거나, 목을 매달거나 그런 게 아니라면요. 개농장 자체는 불법이 아니라고요.

1월 9일, 개식용 금지 특별법이 통과된 뒤, 다녀온 개 농장들이 생각 났습니다. 이젠 명백히 불법입니다. 참 오래 걸렸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살펴봐야 할 게 많습니다.

"싹 데려가, 다 죽일거야"…제주의 500마리 '개농장'

" '북한군이 38선을 넘어 대거 침입해 막으러 간다'고 하더라고요."

고향에서 부모님 뵙고 돌아오던 20대 청년. 그날은 1950년 6월 25일, 전쟁이 발발한 날이었습니다. 청년은 육군이 전투할 수 있게, 하늘에서 정찰하는 업무를 했습니다. 고사포는 어김없이 올라왔고, 동료도 많이 잃었습니다.

그 청년은 어느새 98세가 되었습니다. 그 안에 전쟁의, 삶의 무수한 기록이 다 남아 있습니다. 어느 날 문득, 세상을 떠나신다면 고스란히 사라지는 게 될 거고요.

라미 현 작가님은 참전용사와 요즘 점심을 먹습니다. "뭐 좋아하세요, 선생님"이라 묻고, 밥을 사드리고요. 마치 동네 친구처럼 친근하게, 이야길 듣고 사진을 찍어 드리지요. 

6·25 참전용사라고 꼭 어렵지는 않다고, 사실은 가깝게 있다고요.

6·25 참전용사를 안아드렸다…"나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6.25 전쟁 당일, 적 비행기 4대가 하늘에서 날아왔습니다. 당시 24세였던 김성춘 선생님은 보리밭에 몸을 숨겼습니다. 폭격이 다 지나간 뒤에야 바깥으로 나왔습니다. 

공군이었던 선생님은 정찰과 정비 업무를 했습니다. 육군이 전투할 수 있게 미리 살피는 역할이었습니다. 비행 갔다 돌아오면 날개에 구멍이 뻥뻥, 뚫려 있기도 했습니다. 북한군 고사포가 구름을 뚫고 날아온 거였습니다. 

뜬금없이 왜 6.25 이야기일까, 하실 수도 있습니다.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에 6.25 참전 용사들이 있습니다. 희생 덕분에 자유를 지켰습니다. 

그러나 우린 6월 25일 전후나, 현충일 같은 '어떤 날'에만 관심을 기울인다고요. 그래서, '아무 날'이 아닐 때, '아무 이유'가 없을 때에도 꼭 전하고 싶었습니다.

"하늘에서 보니, 북한군 전차부대가…소름 끼쳤지요"

다들 1층으로 피할 때 홀로 6층 계단을 오르던 사람. 하승우 순경(28) 이야깁니다. 

경찰 3년차, 그것도 휴가 중이었지요. 경찰 동기들을 만나다 화장실에서 불이난 걸 알았습니다. 주저 없이 소화기를 들었습니다. 불을 끄다 천장에서 뜨거운 낙하물이 떨어졌지요. 얼굴에 2도 화상을 입었습니다.

그러고도 그만할 줄 모르고, 계단을 부리나케 오르며 죽어라 소리쳤습니다. 불이 났다고, 대피해야 한다고. 무슨 상황인지 모르던 이들이, 비로소 빠르게 대피하기 시작했습니다. 화마가 생을 집어 삼키려는 시간보다, 살리려는 이의 외침이 더 절박했습니다.

200명이 모두 살았고, 다친 사람은 하 순경 혼자였습니다. 그는 다음에도 같은 선택을 하겠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했습니다. 한치 망설임도 없이.

불났는데…6층까지 올라가며 200명 살렸다[인류애 충전소]

찬 바닥을 부단히 딛고 걸어도 먹을 게 없습니다. 먹을 것도 마실 물도 다 얼어 붙습니다. 길고양이에겐 혹독한 계절, 겨울입니다. 

폭설도 칼바람도, 피할 곳이 없어 살기 위해 두리번거립니다.  그러다 들어가선 안 되는 곳에 들어가기도 합니다. 차량의 엔진룸 같은 곳입니다. 시동을 끄고 남은 온기를 찾아, 구석을 비집고 들어가 몸을 뉘여봅니다. 따뜻합니다. 그러나 그로 인해 변을 당하기도 합니다. 운전자가 출발해버리면 고속도로에 떨어져 로드킬을 당하기도 하고요.

작은 노력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습니다. 시동을 걸기 전, 보닛을 똑똑 두드려주면 됩니다. 혹여나 안에 있을 고양이가 바깥에 나올 수 있도록요.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라 우리 동네에서만 삽니다. 그래서 길고양이가 아니라 '동네 고양이'입니다.

"꽃피는 봄까지 잘 살아내자"..동네 고양이의 혹독한 '겨울'

SK그룹의 재벌 3세가 하는 '기부 사업'. 별수 없이 그 배경에 주목되었으나, 이면(裏面)을 살펴보고 싶었지요. "돈 많은 사람은 좋은 사람 되기 쉬워"라던 드라마 <나의 아저씨> 대사도 생각났고요. 어떤 마음으로 하고 있는 걸까 싶었습니다. 

이승환 대표가 하는, 돌고도네이션이란 이름의 기부 플랫폼. 모델이 투명하고 괜찮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금 대신 정말 필요한 물품을, 전액 다 기부하는 건 어렵지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카드 수수료나 운영 비용을 모두 적자로 감수하고 있다고요. 

액수보다도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게 중요하단 취지도 좋다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1000원부터 기부할 수 있게 했지요. 

작은 금액이라도 내면 관심이 가게 됩니다. 거기부터 시작이지요. 누군가와 연결되는 것.

돈 욕심 없다는 'SK 재벌 3세'…회사 뛰쳐나와 '이 사업' 도전한 이유

지우씨의 지옥은 '아빠'였습니다. 10년 넘게 가정폭력을 당했습니다. 때로는 주먹으로, 때로는 말로. 게다가 돈까지 빼앗았지요. 가족이 아니었습니다. 

가정폭력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라 믿었습니다. 그런 날들이 있었습니다. 가족이란 이유로, 어디로 도망쳐도 쫓아올 거란 두려움을 깨뜨릴 수 없었습니다.  그 때만 해도 막을 수 있는 제도가 있단 걸 몰랐습니다. 

"도와주세요."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게 시작이었습니다. 그러니 도움이 필요한 이가 있단 걸 알고, 많은 이들이 나섰습니다. 가족이 내 주소를 볼 수 없도록, 주민등록 열람을 제한하는 제도가 있단 걸 알게 됐습니다. 가정폭력 상담소에서 '확인서'를 발급 받아, 주민센터에 냈지요. 

"벗어나니 비로소 나아지더라고요. 더 많이 알려주세요."(지우씨)

매일 때리고 빼앗고, 지옥은 '아빠'…그녀의 가정폭력 탈출기

호스피스에 있던 아빠가 담배를 피우고 싶다고 했답니다. 딸은 말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빠가 떠난 뒤 그게 미안했다고 했습니다. 헤어진 것보다 더 아픈 그리움. 그 고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한 해 마지막엔 독자님들 이야길 기사에 담곤 합니다. 흔히 기사엔 특별한 사건이나, 유명 인사나, 이야기가 있어야만 담는다고 생각하는데요. 매 하루를, 이 세상을 움직이는 건 부지런한 평범함이라 믿거든요. 그러니 한 번쯤은, 마무리 할 무렵엔, 각자가 주인공인 삶의 이야기를 담고 싶은 거지요. 

난임 부부에겐 결혼 10년 만에 아기가 찾아왔고,뜻하지 않은 퀵보드 사고로 엄마가 어린 아이가 되기도 했고요. 30년 공직 생활 후 은퇴한 아빠도요.

새해에도 곁을 부단히 돌아보고 싶어집니다. 부디 안녕하셔야 해요.

엄마를 찾아…하늘로 소풍 떠난 아빠에게[남기자의 체헐리즘]

비행기 조종사가 꿈인 91년생 청년은, 2024년 새해를 원양상선에서 맞았습니다. 그는 먼 바다에 있었습니다. 전세 사기로 보증금 5800만원을 잃고, 재기하려 1년 간 배를 타기로 한 거지요. <전세지옥>을 쓴 최지수 작가 얘기입니다.

연로한 아버지는 할 말을 잃었고, 어머니는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지수씨는 한 번도 피운 적 없던 담배를 사서, 공원 구석에서 불을 붙였습니다. 

새해 첫 날, 지수씨에게 메일이 왔습니다. 태평양을 건너 호주를 다녀왔다고. 이젠 카타르를 향해 인도양으로 가고 있다고요. 인도양은 파도 하나 없이 잔잔할 거라고, 그의 24년도 그랬으면 좋겠다고요. 

전세 사기 피해 가구 1만호, 평균 대출 1억 5000만원, 총 피해 금액 1조5000억원입니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하루아침에 날아간 5800만원…라면 하나도 부담스러운 32살

86세 할아버지의 유일한 단짝, '행운이' 뒷이야기 궁금하셨지요. 

자궁축농증이 심해 위험했던 행운이는, 다행히 수술을 잘 마쳤습니다. 염증이 심해 많이 부었었더라고요. 위험할 뻔했습니다. 약 5일 정도 입원한 뒤 퇴원했어요. 수치도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할아버지를 대신해, 176분이 수술비를 내어주셨어요. 246만원이라 감당하기 힘드신 금액이었지요. 30분 만에 모금액이 수술비를 넘어가는 걸 보며, '아직 세상은 그래도 살만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믿음 덕분에 또 하루 살아갈 수 있겠지요. 

퇴원하던 날, 행운이가 할아버지에게 미친듯이 달려와 꼬릴 흔들었어요. 할아버진 세상에 하나 뿐인 짝꿍을 품에 안고 토닥여 주었습니다. 

지켜드려서 다행이에요. 서로의 '우주'를.

자식 같은 개 "길어야 몇 달"…86세 할아버지가 울었다[체헐리즘 뒷이야기]

아침 9시, 소아과 오픈. 대기 인원은 190명. '오픈런'을 했지만 병원 의자는 꽉 차 있었고, 아픈 아이들은 초점 잃은 눈으로 핸드폰만 보고 있었지요. 엄마, 아빠들은 꾸벅꾸벅 졸고 있었습니다. 새벽부터 온 거지요.

"서예지 안 계신가요? 순서 지났습니다."

이름을 몇 번 부른 뒤 답이 없으면, 순서가 금세 지나갔습니다. 그래도 기다리는 시간이 무척 길었습니다. 이마에 열 패치를 붙이고 옆으로 누운 아이도 눈에 띄었습니다. 힘든 시간이었겠지요. 

3시간 반쯤 지난 뒤에야, 진료를 볼 수 있었습니다. '오픈런'을 하니 비로소 점심 시간이 된 거지요. 

브런치를 먹기 위해 소아과 오픈런을 한단 발언이 논란이 됐었습니다. 현장에서 보니 기사 제목을 이리 달 수밖에 없더라고요. "브런치는 개뿔."

소아과 오픈런 '대기 190명'…브런치는 개뿔[남기자의 체헐리즘]

20년 삶에서 고작 20분 주어진 '자유' 였습니다. 지금은 세상에 없는 사자 '사순이' 이야깁니다. 

지난 8월 14일 오전이었습니다. 경북 고령 지역에서, 긴급 재난 문자가 요란하게 울렸습니다.  사자가 탈출했단 거였습니다. 관리인 실수로 철창 문이 열린 거였지요.

20년 간 반경 14m도 안 되는 철창에 갇혀 살았던 사순이. 열려 있기에 나왔습니다.  행동 반경이 40~50km에 달하는 사자를 이 안에, 그리 오래 가뒀습니다. 어떤 기분일까요, 평생 갇혀 산다는 건요. 

사순이는 처음으로 흙바닥에 몸을 뉘여봤습니다. 누군가 총을 겨눴고 그대로 쐈지요. 사순이는 쓰러져 피를 흘리며 죽었습니다. 살렸어도 다시 갇혔겠지요.

그리고 사순이가 사살된 곳은, 철창에서 고작 20m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20년 갇힌 사자, 20분 흙 밟아보다 죽다

누구든지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사육, 증식하거나 도살하여서는 아니 된다.

'개식용 금지를 위한 특별법'이 국회 관문 하나를 통과했습니다. 바로 어제(12일)였지요. 취재하던 도중에 이 소식을 들었습니다. 농해수위 법안소위를 어렵사리 넘었습니다.

역사적 순간이란 생각이 들었지요. 그동안 많은 법이 발의 됐음에도 다 '계류'로 끝났으니까요. 오래도록 개식용 금지를 위해 법안을 발의했던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그를 인터뷰해 이야길 들었었습니다. 

그는 개식용이 현행법상 '불법'임을 강조했습니다. 개는 식용으로 돼 있지 않단 거지요. 이를 관리하지 않으며 '관습'으로 내려온 문제, 그러니 법으로 끝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베트남, 중국, 한국. 세계에서 개를 먹는 세 나라에 들어가지 않기 위해서요.

'베트남·중국·한국' 공통점 아세요?…"개 먹는 나라"

84세 어르신이 달리기와 팔굽혀펴기까지 하다니, 비결이 뭘까요? 

배우 양택조씨 이야기입니다. 그는 '운전면허증'을 반납해 건강해질 수 있었다고 했지요. 이렇게 말했습니다.

"다리가 약하면 일찍 죽는다고 해요. 무너지면 얼마 있다가 가는 거야. 운전 안 하니 걷게 되더라고. 차 타지 말고 많이 걸어야 해요."

주차 걱정도 사라지고, 마음이 편안해졌단 양씨 얼굴은 그의 말처럼 정말 좋아보였습니다. 80세에 운전 면허를 반납한 그는, 뇌출혈이 온 뒤 운전하다 큰일날 수 있겠단 생각을 했답니다. 수십년 가지고 있던 면허증을 반납할 땐 조금은 섭섭하긴 했다고 했지만요. 

다만 교통이 열악한 지역 어르신들을 위해, 버스 할인 같은 실질적인 혜택 등도 함께 늘리면 좋겠단 당부도 잊지 않았습니다. 

84세에 '달리기'까지…"운전면허 반납한 덕분"[체헐리즘 뒷이야기]

"짧으면 며칠, 길어야 몇 달일 겁니다."

7년을 동고동락한, 자식 같은 개의 '시한부 선고'. 그전제는 수술을 안 할 경우였지만, 할아버지에겐 돈이 없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 한 달에 받는 돈이 고작 37만원이었지요.

행복하라고 지어준 '행운이'란 이름. 그러나 행운이는 자궁축농증에 걸렸습니다. 수술을 받아도 죽을 수 있는 위험한 질병이지요. 게다가 수술비는 200만원이 넘었습니다. 

먼저 수술해주고 비용은 모금해보기로 했습니다. 불확실한 '선한 마음'에 기대어보는 건, 저 역시 많이 불안했지만요. 살 수 있단 말에, 할아버지가 병원 앞에서 엉엉 울었습니다.

기사 댓글을 직접 달고, 조마조마 기다렸지요. 불과 30분 만에 수술비가 모였습니다.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서, 그날 내내 행복했습니다.

남형도 기자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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